지역의 일을 주민 뜻에 따라 처리하게 하는 지방자치의 기본 원리를 담은 지방자치법이 1988년 이후 32년 만인 2020년 다시 전부 개정돼 13일 전면 시행된다. 개정 취지대로 정책 결정·집행 과정에 주민 참여를 확대하고 (중앙)정부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배분하는 분권의 수준을 높이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공포(2021년 1월 12일) 후 1년이 지난 날부터 시행한다는 부칙에 따라 13일부터 효력이 생기는 개정법은 주민 주권 구현, 자치권 확대, 중앙·지방 간 협력관계 정립, 행정 효율성 제고 등을 위한 다양한 규정을 담고 있다. 개정법은 목적 조항에 주민의 지방자치행정 참여권을 명시했다. 주민이 지자체 조례의 제·개정 또는 폐지를 청구할 수 있는 주민조례발안제와 주민 감사청구 관련 조항은 각 제도의 활성화와 실효성 증진을 꾀하고 있다. 특히 주민조례발안제는 지방자치법과 분리해 규정해야 할 중요 내용이 다수 있다고 보고 지방자치법에 별도 법(주민조례발안에 관한 법률) 제정 근거를 두고 주민조례발안법을 통해 관련 절차를 규율하게 했다. 개정법은 주민조례발안·주민감사청구권자 기준 연령도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낮췄다. 주민감사 진행에 필요한 청구인 수 규모도 '시·도 300명(기존 500명),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 200명(기존 300명), 시·군·구 150명(기존 200명) 이내에서 지자체 조례로 정하는 수 이상'으로 완화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제정할 수 있는 규칙에 대해 제·개정, 폐지에 관한 의견을 제출할 수 있게 된 점도 개정법 시행으로 달라진 부분이다. 법령에서 조례로 정하도록 위임한 사항은 그 법령의 하위법령(대통령령, 총리령, 부령 등 포함)에서 위임의 내용과 범위를 제한하거나 직접 규정할 수 없도록 하는 자치입법권 보장 강화 조항도 새로 마련했다. 가령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은 교통사업자에 대한 교육 방법 등에 관한 사항을 조례로 정하도록 위임하는데, 국토교통부령에는 교육 횟수·시간·내용 등이 이미 규정돼 있어 사실상 하위 법령에서 조례 제정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지방자치법 개정법이 시행되면 앞으로는 이런 사례가 발생하지 않게 된다. 단, 이 조항은 개정법 시행 이후 최초로 제정 또는 개정되는 하위법령부터 적용한다. 의회 인사권 독립과 정책지원 전문인력 도입 등 지방의회 숙원도 실현됐다.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인 경기 수원·고양·용인시와 경남 창원시에는 특례시라는 별도의 행정적 명칭을 부여했다. 이들 특례시에는 예외적 사무 처리 권한인 특례도 둘 수 있게 했다. 제2의 국무회의 격인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설치해 지방정부가 국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구를 제도화했다. 중앙지방협력회의는 지방자치 발전 및 지역 균형발전에 관련된 중요 정책을 심의한다. 수도권 일극 체제에 대응하기 위한 동남권 메가시티 출범의 발판이 될 특별지방자치단체 설치·운영에 관한 근거도 구체화했다. 정부는 개정법에 이런 조항을 새로 두거나 고침으로써 자치권과 지방분권을 확대하고 행정 능률이 높아지는 등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1988년 전부개정 법률은 자치단체 중심, 정부·지방 상하관계 개념을 중심으로 둔 '자치분권 1.0' 시대를 뒷받침했다. 하지만 개정법은 주민 중심, 정부·지방 간 협력적 동반자 관계를 핵심으로 하는 '자치분권 2.0'로의 전환을 의미한다고도 설명한다. [연합뉴스 김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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